키씽에이즈살롱 시즌 2, 두 번째 이야기
한국의 HIV 감염인들은 질병 때문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낙인과 차별, 혐오와 배제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의 부정을 경험하며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2017년 한국 HIV 감염인들의 현실입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연애하고 사랑하고 섹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관계라고 말하곤 한다. 또 절반은 틀리다. 에이즈에 걸렸다고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루 한 알 간편하게 복용하면 치료가 끝날 정도로 에이즈 치료제는 '완치'를 향해 발전해가고 있다.
섹스와 쾌락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고 문란함과 건전함을 나누며, 문란해보이는 존재들을 선별하고 배제하는 것은, 그들을 동등한 시민이자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따라서 민주의 본의에 어긋난다. 설혹 문란한 감염인이 있다 해도 그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민주의 속뜻에 부합한다.
동성애와 에이즈를 싸잡아서 혐오하는 노골적인 보도 행태도 일부 언론 보도에서 드러났다. 특히 국민일보의 관련 보도는 다른 언론보다 분량이 많았고, 보도 형식도 단순 보도부터 기획기사, 기자칼럼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국민일보는 에이즈 자체만을 다룰 때는 정확한 사실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동성애와 연결시키는 순간 태도가 돌변한다. 4월 28일 국민일보는 '대선 핫이슈된 동성애 팩트 검증 해보니...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 창궐"' 기사에서 "'창궐'이라는 표현이 과하긴 했어도 홍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JTBC, 조선, 한겨레, 경향 등 주요 언론들이 같은 발언을 두고 '거짓'이라고 판단한 것과는 판이한 태도였다.
게이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향유할 수 있는 업소와 모임에서조차 감염인 게이는 눈치 보며 출입을 허락받아야하는 이로 강등당한다. 몸의 아픔은 소문이 되고 단절로 돌아오면서 관계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이는 좌절과 체념으로 연결되어 자존감을 쪼그라트린다. 에이즈에 대해 상식 없는 이야기로 소문을 부풀리는 대화가 자꾸 귀를 찌르는가 하면, 섹스를 하면서도 감염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몇 번씩 협상을 치른다.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는 데 있어 감염사실은 넘기 힘든 능선이다. 질병당사자로서 커밍아웃은 게이로 커밍아웃하는 것과 무게가 다르다.